EHR 의존도에 발목 잡힌 의료계 AI 도입
- •의료 IT 리더의 74%가 EHR 공급업체 의존도를 AI 도입의 주요 걸림돌로 지목했다.
- •실질적이고 측정 가능한 성과를 거두며 AI를 성공적으로 확장한 의료 시스템은 단 4%에 불과하다.
- •조직의 66%가 다수의 AI 공급업체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성을 자원 관리의 핵심 병목 현상으로 꼽았다.
의료 기술 분야는 2026년을 기점으로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했다. 전국의 의료 시스템들은 단순한 시범 운영이나 개념 증명 단계를 넘어, 인공지능을 실제 임상 현장에 완전히 안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현대 의학의 근간을 지탱하는 EHR(전자의무기록) 플랫폼이 아이러니하게도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병목 지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이제 IT 리더들에게 중요한 것은 AI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를 넘어, 이를 실제 운영 환경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확장하느냐의 문제다.
문제의 핵심에는 공급업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자리 잡고 있다. IT 의사결정권자의 4분의 3은 EHR 공급업체가 제시하는 로드맵에 종속된 상황이 AI 전략 수립에 심각한 장애가 된다고 토로한다. 많은 의료 기관이 그동안 최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EHR 공급업체에만 의존해왔으나, AI 혁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러한 대형 업체들의 업데이트만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자칫 proprietary solution을 기다리다 경쟁사보다 뒤처지는 '후발 주자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는 이러한 철학적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2025년에는 절반 이상의 의료 시스템이 EHR 내장형 AI 기능을 기다릴 의향이 있었으나, 2026년에는 그 비중이 22%로 급감했다. 리더들은 이제 안정적인 EHR 통합 기능과 민첩한 서드파티 공급업체의 도구 사이에서 냉정하게 선택을 내리고 있다. EHR 업데이트를 18개월 기다리는 대신 3개월 만에 높은 투자 대비 수익(ROI)을 낼 수 있는 외부 툴을 도입하는 쪽을 택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이처럼 EHR 로드맵을 우회하려는 움직임은 파편화된 AI 포트폴리오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독립적인 전문 AI 솔루션을 다수 도입하면서 이른바 '벤더 스프롤' 현상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복잡성이 IT 자원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조사 대상의 3분의 2는 이러한 관리 부담을 심각한 리소스로 지목했으며, 일부 조직은 가용 IT 역량의 절반 가까이를 여러 AI 툴을 유지보수하는 데 쏟아붓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비용 정당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ROI 측정 기준이 모호하여 대부분의 리더가 성과를 평가할 지표조차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74%의 기관이 1년 이내에 가시적인 ROI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투자 회수까지 13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에 대한 조급함과 긴 호흡의 통합 과정 사이의 간극은 경영진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며, 이제는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복잡한 환경 속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고단한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