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2026년 1월 22일 (목)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진부한 표현은, 일본에 살면서 절실히 와닿았다.
캐나다에 살 때는 외모도, 문화도, 풍습도 너무 다른 사람들의 세상에 들어가다 보니, “처음부터 우리는 다른 사람이야”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그곳에서의 삶은**‘다름’ 속에서 ‘비슷함’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살다 보니, 처음에는 너무 비슷하다고 느꼈던 점들이 어느 순간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다만, 이것이 국적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개개인의 차이인지 구분하기가 참 애매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15년은 ‘동일함’ 속에서 ‘다름’을 발견해 가는 여정이었던 것 같다.
어제 일본의 닛케이 신문에 기사가 떴다.
다카이치 정권이 들어선 후, 중국과의 외교 문제 등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고치인 4268만 3600명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중 한국인이 945만 9600명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
(중국/홍콩/대만은 개별 국가로 집계됨. ‘중국계’로 퉁치면 중국이 1위)
![]()
그러고 보니, 일본을 안 가본 사람을 주위에서 찾기 힘들다.
최근에는 n차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도쿄 맛집 어디예요?”라는 질문이 홋카이도 맛집, 후쿠오카 맛집으로 조금씩 바뀐 것이 변화라면 변화랄까.
한국에 온 일본인 관광객 수도 365만 명 정도라고 하니, 이 정도면 과거의 역사와는 별개로 민간 교류가 참 활발하다고 할 수 있겠다.
온갖 SNS에 일본 맛집이나 여행 팁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인데, 그래도 여전히 일본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20여 년 전, 일본에서 맞이한 첫여름.
8월 15일의 분위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어릴 때 기억하던 한국의 8.15 광복절은 ‘좋은 날’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어려운 식민통치를 견뎌내고 독립을 이루어낸, 기념하고 싶은 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본의 8월 15일은 정반대다.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뒤로하고 미국에 패전한 날.
특히, 끔찍한 원자폭탄을 두 번이나 맞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후의 종전이다.
주위 일본인들과 텔레비전 방송의 분위기가 너무 엄숙해서 놀랐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텐데.
그 후 많은 것들을 보고 겪고, 수많은 일본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느꼈던 것은 일본인들의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 신문에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기사가 날 때마다 속으로 코웃음쳤다.
안타깝게도 세계의 정세가 점점 변화하고, 내셔널리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이 시대를 생각하면, 일개 개인이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다만, 한일 관계가 얼어붙을 때마다 힘들었고, K-컬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으쓱했던 것처럼,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앞으로의 험난한 글로벌 사회를 헤쳐나가기 위해 상호발전적이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새삼 되뇌어본다.